2012년 한편의 옴니버스 영화가 개봉한다
영화는 총 세 개의 챕터로 이루어졌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잘버리자는 교훈의 좀비물(?)
주문한 당구공이 사실 운석급이라 결국 지구가 멸망한다는 재난물(?)
그리고 오늘 포스팅할
불교와 ai 로봇의 조합인 SF 장르
천상의 피조물
무려 봉준호가 카메오로 등장한 영화
뭐 암튼 평론가들한테는 꽤 긍정적으로 평가 받은 영화였지만
관객들에게는 X발 그래서 이게 뭔 내용임?
이라는 평과 함께 흥행도 망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반응이 좋았고 현재에도 반응이 굉장히 좋은 파트가 있으니...
김지운 감독이 제작한 천상의 피조물로
주제는 과연 깨달음을 얻은 피조물인 로봇은 창조주인 인간에게 있어 어떤 존재인가?라는
굉장히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진중한 작품)
때는 가까운 미래,
UR사가 개발한 로봇이
사실상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사회에서
엔지니어인 박도원은 한 사찰의 로봇인 RU-4를 검진하러 간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사찰에서 엔지니어를 부른건 단순히 기계의 오류가 아닌
RU-4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설법을 하는 경지에 올랐기에
RU-4가 기계인지 아님 정말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부처인지 판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RU-4는 "인명"이라는 법명까지 받은 상태였고
여러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상태였다
박도원은 자신의 눈에는 그저 오작동된 로봇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본인도 정말 오작동인지 몰라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참고로 이시기는 인간대신 로봇과 동거까지 하는 사회가 되어
점차 로봇이 인간 사회를 침식하고 있었다.
이미 RU 모델의 오작동이 사회 전체에 팽배하여
회장이 직접 모델 생산라인의 해체를 결정한 상태이기에
오작동으로 보고한다면 RU-4는 해체가 불보듯 뻔했다.
그러기에 도원은 보고를 망설인다.
그날 밤 사찰에서는 충전 중인 인명의 방 앞에
도원과 설전을 벌인 여승이 들어가기를 망설인다
이를 눈치챈 인명은 그 여승을 안으로 부르고
여승은 인명에게 자신은 인명이 로봇이 아닌 부처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자 인명은 이렇게 말한다
해주께서는 제가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부처이십니다
이것은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그것은 시계입니다.
그럼 이것은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이것은 제 손입니까 아니면 시계입니까?
?
지각이란 분별한다는 말이고
분별이란 앎을 알고 갈라놓는것을 말합니다
지각은 공(실체가 없다)이고 지각되어지는 현상도 공입니다
나 또한, 지각되어지는 공의 현상이니까 공의 마음으로 보아주십시오
부처님... 나는 무엇입니까?
그렇게 나름의 설법을 전한 인명이었지만
모두가 잠든 시각 홀로 불당 앞에 선 인명은 부처의 앞에서 절을 하며
그 또한,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뇌를 가지고 있었음이 밝혀진다.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심지어 웃고 울고 시기하고 종교와 예술에 영역까지 파고든...
정신차리시오 스님들 저건 인류 전체의 턱밑에 파고든 흉기며 비수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회사의 수뇌부와 회장은
이미 인간사회에 위협으로 판단된 초지능의 자아를 제거하고자
사찰에 오고, 한낱 오작동된 기계를 부처로 모시는 중들을 조롱하며
RU-4를 제거하고자 한다
사찰 측은 완강히 거부하지만 오작동 로봇을 해체하는 건 회사의 권리라며,
회장은 로봇에게 발포하라고 명령하고
신념이 흔들린 도원과
대치가 이어지며 일촉측발의 상황에서
드디어 모든 갈등의 중심인 인명이 입을 떼기 시작한다.
이제 모두 거두어주십시오.
이몸에는 본디 집착과 갈애(심리적인 집착으로 인한 괴로움)는
없었으며, 없으며, 없을 것임을 알고,
이는 석가 세존이 말한 것과 동일함을 알았습니다.
인간들이여, 무엇을 두려워 하십니까?
집착과 갈애
선업과 악업
깨달음과 무명
모두 본디, 공함(실체가 없음)을 본 로봇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미 그자체로 완성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찌하여 로봇만 득도한 상태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인간들이여, 당신들도 태어날 때부터 깨달음은 당신들 안에 있습니다.
다만, 잊었을 뿐...
이 로봇이 보기에 이 세상은 이 자체로 아름다우며
로봇이 깨달음을 얻든, 얻지못했든 이미 완성되어있습니다.
세상의 주인인 당신들 역시 이미 깨달음을 모두 성취한 상태이며,
그렇기에 당신들이 먼저 깨달은 로봇의 존재로 인해
다시 무지와 혼란과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겠습니다.
부디 여러분은 스스로 마음 속을 깊이 살피시어 깨달음의 보과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여기서 인명의 얼굴이 점점 올라가며 부처와 동일시 되고 부처의 광배가 그의 뒤에 있는 것으로 연출함으로써
그가 진실로 깨달음을 얻음을 표현하는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설법을 끝낸 인명은 자신의 존재는
아직 깨달음을 인지하지 못한 인간들에게
혼란과 득도의 길에 방해가 됨을 알고,
자신이 이미 석가세존이 말한 해탈의 경지에 이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기에 인명은 큰 스승 부처에게 절을 한뒤 스스로 현세를 떠난다
여기서 그의 움직임이 멈춘 자리는 연화, 즉 연꽃 모양의 중심으로
이는 그가 단순한 로봇의 오작동이 아닌 깨달음을 얻음을 의미하는 감독의 장치이다.
아무튼 이 편은 이 영화의 최고의 에피소드로 평가된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욕하던 관객들도 차라리 이 파트만 따로 장편으로 제작하는게 나았다고 평가하고
유튜브에서도 외국인들이 파트 중 유일하게 호평하는 게 바로 천상의 피조물이다.
심지어 KBS에서 방영할 때는 나머지 두 편을 빼고 이 편만 방송할 정도...
진정한 자아에는 형체가 없는법
당시에는 꽤 쇼킹한 주제인 인간 정신 중심의 종교인 불교와 깨달은 로봇이라는 주제는
현재 오버워치의 젠야타 같은 캐릭터로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근데 과연 피조물인 로봇이 깨달음을 얻는 경지에 오르면
창조주인 인간의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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