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광증의 세자는 왕을 죽이기 위해
왕의 침소로 향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자결해라. 자결하면 세자의 이름만은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암살은 모종의 이유로 중단되고
부왕 영조는 세자에게 자결을 명한다
"언제부터 나를 세자라고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
결국 세자는 아버지에 대한 울분을 터뜨리며
돌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자결하려고 할 때,
신하들은 이를 대명률(명나라의 법률)에도 없는 잔학한 짓이라고 하지만
영조는 이것은 집안일이라고 선포하며
"할바마마 아바마마를 살려주시옵소서!!!"
자신의 손자의 울음에도 기어코 뒤주, 즉 쌀 담는 상자에
자신의 아들을 들어가게 한다
시작부터 폭풍적으로 시작한 오프닝을 필두로
왜 이 부자가 이런 파국으로 치달았는지 찬찬히 나오는데...

숱한 정치적 위기와 천민 출신 어머니라는 혈통적 콤플렉스를 타고난 부왕 영조는
40살이 다되서야 자신의 후계자를 얻는다
영조는 자기가 형님을 죽였다는 소문에 대해 괴로워하면서도
이를 타파하기 위해 완벽한 왕의 모습을 수행했고
자신의 후계자 역시 이러한 덕목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자는 어렸을 때는 총명했지만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공부보다는 뛰어 노는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혈연보다
가문과 종묘가 중요한 영조는
이같은 행태가 못마땅할 뿐이다

"잘하자. 아들이 잘해야 아비가 산다"
이러한 아버지의 유무형의 압박속에서도 세자는 나름 잘 성장하고
나이가 찬 영조는 대리청정,
즉 대소신료 앞에서 정사를 세자에게 해보라고 하는데

지금으로 치면 사회 초년생인 세자는 나름 합리적인 결정,
또는 조금 부족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데
영조는 뒤에서 못마땅함을 표현하는데,
문제는 앞에 대소신료들이 버젓이 있는데도
심리적 자존감을 계속 긁은 것이다
왕은 자신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세자에게 매우 실망한다
게다가 자신이 이뤄놓은 탕평책 같은 업적을
새로운 시선으로 건드리는 세자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지만
이는 세자가 좀 더 자신의 기준에 맞는 완벽한 왕의 기준이 되길 바라는
조바심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세자가 어질지 못하니 삼남지방에 내려야 할 비가 이 거룩한 능행길에 내리는 게 아니냐!!"
그러나 왕은 도를 넘는 훈계를 자행하는데,
왕은 온갖 곳에서 세자에게 쿠사리를 맥이고
부정적인 일이 일어나면 일단 아들인 세자의 문제를 들먹인다
심지어 세자의 아들이 태어났음에도
왕은 딱히 좋아하는 표정을 짓지도 않는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왕도 세자가 덕목을 갖추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아들은 그저 자신의 아들을 위한 용 그림을 그릴 뿐이었다
장인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 용그림을 부채로 만든다
"가만히 있으면 왕위를 이을 텐데 대왕대비를 이용해? 가증스러운 놈.."
설상가상으로 세자는 자신을 아버지으로부터 그나마 보호해주던 대왕대비가
영조의 후궁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결국 사망하게 되고
여기서부터 세자는 당연히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느끼고
삐딱선을 타게 된다

"내탓이다 너같은 인간을 자식이랍시고 세자로 세운 내 잘못이야"
세자는 대왕대비의 명복을 위해 무속신앙에 빠져들고
슬픔과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상중에 술까지 먹게 되지만
영조는 기분이 나쁜 일이 있을 때 항상 귀 씻는 습관으로 씻는 물을
세자에게 부어버리고 사실상 부자관계의 절연을 선포한다
넌 존재 자체가 역모야! 울화? 차라리 미쳐서 발광을 해라 이자식아!!
이제 왕은 무슨 일만 있으면 자중하라고 세자를
강제로 용서를 구하라고 방치하고
심지어 역모 사건에 휘말린 세자가 울화가 있다고 읍소함에도
이미 아들을 포기한 아버지이기에 위의 막말을 퍼붇고
연이은 압박으로 세자는 점점 미쳐가기 시작한다
세자의 광증은 부인인 혜경궁 홍씨 마저
두려움과 의심으로 변하게 되고
부부 사이의 신뢰도 점차 깨지게 된다

"공부 열심히 해라. 실력 모자라면 왕이라도 칼 끝 쥔다.."
그러나 우연의 장난일까?
세자의 아들인 세손은 오히려 영조가 생각하는 완벽한 군주상에 가까운 재능을 보여주고
영조는 아들보다는 손자에 마음을 더 주며
한번도 아들을 데리고 가지 않았던
자신의 아버지 숙종의 능으로 손자를 데리고 가며 아들에게는 주지도 않던 미소까지 준다
심지어 삼백년 종사는 모두 세손에게 달려있다는 말까지 하는데
이는 실록에도 적힌 실제 영조의 발언이다
"허공으로 날아간 저 화살이 얼마나 떳떳하냐
부부란 서로의 실수를 덮어주고 서로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끝없이 사랑하는 것이니라"
한번도 받아본적 없는 아비의 사랑을 받는 자신의 아들을 부른
세자는 은근히 질투심을 내보이지만 자신도 공부를 잘해야 하는 자신이 싫다고 하는 아들의 모습에
자신과 동병상련을 느끼며 자신이 가지 못하는 길을 걷는 세자와 이야기 한다

그러나 아들의 병은 더욱 더 깊어져 주변의 사람들을 죽이는 지경에 이르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애증이 뒤섞인 밤
세자는 칼을 들고 오프닝 때처럼 아버지의 침소로 향한다
공자께서도 예법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보라 하셨습니다.
소손은 그날 제 아비의 마음을 보았나이다
그러나 그 곳엔 자신의 아들과 아버지가 있었고
세자가 저지른 예법문제를 묻는 아버지의 물음에 세손은
예법이 있기전에 사람이 있는 것이고 자신은 세손이 아니더라도 할아버지를 사랑할 것이며
그 날 자신의 아버지의 맘을 이해했다고 말한다.
세자는 아들이 자신의 심정을 이해했다는 말을 듣고
한 때 아버지를 이해하려 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자기가 아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 또한
자신이 아버지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조용히 칼을 내려놓는다


그러나 이 모든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결국 세자의 존재자체가 종사와 자신의 손자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세자의 어머니인 영빈의 동의를 얻어 세자가 그날 왕을 죽이려는 역모를 저질렀지만
역모라면 역적이 되어 삼족이 처형되므로
이를 아들이 미쳐 아버지를 죽이려던 집안일로 치부하며
뒤주에 들어가기를 명한다


뒤주로 들어갈 때 장인은 자신의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린 용의 그림으로 만든
부채를 건내주고,
살고 싶어 발광하던 세자는 결국 그 그림을 보며
자신이 없어야 자신의 아들이 안전하게 왕에 오른다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 아들에 대한 미안함, 생과 사의 갈림길이라는 감정으로
부채를 껴앉고 서럽게 운다


어찌하여 너와 나는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야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냐...
꽤 오랜시간이 지난 날 밤, 영조는 사경을 헤매는 사도의 뒤주로 오게되고
거기서 처음으로 아들과의 진심어린 속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엄하게 키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
군주의 후계자로서의 법도와 기대에 어긋나는 세자를 보며 얻은 실망이
곧 미움으로 변하게 하였냐며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는다

내가 바란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
그러나 아들은 자신에게 필요했건 건 세자가 아닌
아버지의 사랑이었음이라는 진심을 말하고
아버지는 왜 마지막에서야 서로의 진심을 알았냐면서 한탄한다

독하구만... 아들을 죽여놓고 개선가라니
그후 아들이 숨을 거두자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맥박과 숨을 확인한 아버지는
뒤주 안에 갖힌 아들을 얼굴을 어루만지며 소리죽여 오열한다
그러나 폐서인된 역적이 죽은 것이기에 법도에 따라
개선가를 울리며 환궁한다
심지어 세자를 죽이도록 동조한 대신들조차 혀를 찼고
아버지의 심정과 군주의 의무를 복합적으로 들어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할 사, 슬퍼할 도, 사도세자라 하라
삭제된 장면이지만 영조는 자신의 아버지인 숙종의 영전에서
자식하나 건사 못한 불초소생을 용서하소서라고 하며 자식을 죽인 트라우마를 들어내지만
군왕으로서의 의무로 세손을 위해 아들을 다시 세자로 복권시키고
시호를 자신의 회한이 담긴 사도세자라고 정한다.

다행히도 아들 산이는 왕위에 등극하고
자신의 무덤으로 참배해
할아버지의 반대로 주지 못한 물을 올린다
아들은 자신의 어머니의 생일날, 참혹했던 어린 시절 때문에
올리지 못한 재롱을 부린다며
부채를 펼치고, 그 부채는 자신의 아버지가 뒤주에서 움켜쥔 유품이었다
그 부채를 보며 자신의 아버지와의 추억을 생각한 아들은
춤을 추지만, 점차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회한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 그것을 초월하는 넋을 푸는 춤을 추며 영화는 끝이 난다

왕의 남자, 동주등, 현재 한국에서 사극깎는 장인으로 불리는
이준익 감독의 작품으로, 실록을 충분히 반영하는 고증성과 더불어,
기록이 없는 사도세자의 죽음의 경위를 잘 풀어낸 수작
사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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